달포 전쯤의 일이다.


아내의 강권을 이기다 못해서 겨우 시간을 내어 보건소로 독감 예방주사와 폐렴 예방주사를 맞으러 갔다.

딸과 함께 갔는데 신청서를 접수를 하고 의사를 만났다.

그리고 주사를 맞기 위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우리 앞에 온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주사실로 불려 들어 갔다.

그리고 우리의 차례가 되었다.

스피커로 이름을 불는데 먼저 딸의 이름을 불렀다.


“이예은 님.”

“예.”


그리고 그다음으로 나를 부르는데 ‘님’자를 붙이지 않고 아이 이름을 부르듯이 부른다.

“이유빈.”


대답을 하고 들어갔는데 간호사가 의아해 하면서 다시 내 이름을 부른다.


“이유빈.”

“네, 전데요.”


그러자 간호사가 깜짝 놀라면서 묻는다.


“아니, 애기가 아니 네요?”


아마도 그 간호사는 내 딸이 아이 엄마고 내가 아인 줄 짐작을 했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예, 제가 이유빈입니다.”


그랬더니 그 간호사는 당황을 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자기변명을 하다시피 했다.

자기변명이라기보다는 책임 전가를 하는 듯한 말을 했다.

모든 죄인이 다 그렇듯이 아마도 그분도 영락없는 아담의 자손이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아니 어떻게 이름이 애기 이름이예요?”


나는 무표정한 채로 전도할 때와 같이 생각해보지도 않은 말이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내입에서 나갔다.


“애기 때 이름을 지었으니까 그렇지요.”


그녀는 자지러지듯이 괴성을 지르며 큰소리로 웃었다.

같이 갔던 딸도 같이 웃었다.

그리고는 그 간호사는 겨우 자세를 수습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유머 감각이 나오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도 그것은 예수를 믿고 40년이 넘도록 주님이 나를 심플하게 만들어 주신 결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심플해지는 은혜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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