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분

 

사십년은 족히 되었는가 봅니다. KBS 1층의 주차장 옆에 인쇄소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라디오 텔레비전의 드라마 대본을 비롯해서 모든 방송 대본을 인쇄하는 인쇄소로 KBS가 남산에 있을 때부터 거래를 하던 곳이라 청사를 여의도로 이전을 하면서 아예 방송국건물안에 인쇄소 자리를 내주어 일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인쇄소 사장은 충무로에서도 인쇄소를 하면서 방송국일을 했는데 아주 성실한 인쇄쟁이었습니다. 어느날 인쇄물 때문에 거기를 들렸는데 그  인쇄소 사장님이 일간지 신문을 들고 나에게 기사하나를 보여 주었습니그 기사는 어느분이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되었다는 기사였는데 그분이 자기의 일가친척이라며 좋아하면서 나에게 자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때에 내 눈에 들어온 윤자중이라는 이름 석자를 보면서 아 그런분도 있는가보다 그러고는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오랜후인 지금으로부터 이십여년전에 미국 로스엔젤레스 전도세미나에 어떤 부부가 참석을 해서 은혜를 받고 이혼하려던 가정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부부를 만나서 몇마디를 나누다가 그분의 아버지가 그 때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윤자중이라는 분 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아들부부는 가정이 회복되면서 갑자기 늦동이를 낳기도 했는데 그 늦게 나은 아들이 이제는 한국나이로 스물두살의 청년이 되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 후로 그분의 아드님과는 친형제와 같은 관계를 가지고 함께 동역하고 해외전도훈련을 가서 간증도 하고 통역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신학을 해서 목사님이 되고 미국에 매해 여러번 갈 때마다 자녀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가깝게 지냈습니다. 막내아들은 나도 크면 이유빈장로님처럼 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세미나를 마치고 한국에 그 아드님의 가족들과 같이 들어오기도 하면서 그 아버님을 가까이서 뵙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주님이 당신의 아들을 변화시킨 것이 나에게 덕을 입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시고 얼마나 나 같은 것을 존중하시고 깍듯이 대해주셨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집회에 참석을 하고 싶지만 오래전에 직장암 수술을 하시고 보조기를 사용하시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심을 안타까워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협회에 일만선교헌금을 빼먹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나의 아들이 군에 입대할 때에 당신의 일처럼 돌보아 주시고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근무지로 어러 번 찾아가셔서 용돈도 주시고 친 손자처럼 돌보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아마도 이모든 사랑이 당신의 아드님이 전혀 통제되지 않던 아들이었는데 주님이 단 번에 은혜를 주시고 고쳐 주시고 목사까지 되게 해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그렇게 하신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에는 그 아드님의 장녀 곧 그분의 손녀딸이 결혼을 하게 되어서 만나 뵈었는데 사람들 많은데서 큰소리로 아 오늘 이 자리가 있는 것이 다 이 장로 때문이요하시면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서 병마와 싸우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뵈려 했더니 당신의 연약한 모습을 이장로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서 찾아 뵙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그 아드님 목사님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장로님 제 아버님이 오늘 새벽에 천국 가셨어요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호흡기도 안 달고 연명치료도 안 받고 집에 돌아오셔서 한 일주일 남짓 고생을 하시다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장로님 온식구들이 모여서 주 사랑하는 자 다 찬송할 때에 그보좌앞에 둘러서....큰영광 돌리세 저 밝고도 묘한 시온성 향하여 가세를 부르는데 막 우시면서 은혜를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영어로 I'm ready to go(나 갈 준비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아 이분은 마지막 주님의 품으로 가시면서도 조종사답게 가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님은 천국관제탑에 계신 것처럼 그 주님에게 “I’m ready”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엊그제 그분의 영전에 서서 마지막 기도를 하는데 울컥하니 눈물이 솟아 올라왔습니다. 생전에 나를 그렇게 귀히 여겨주신 분도 없으라는 생각과 또 그분에게 받은 여러 가지 사랑이 생각이 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40년전에 차고옆의 인쇄소에서 신문기사로 알게 되었던 그분과 그렇게 하나님이 관계를 가지게 하시고 사랑을 주고받다가 먼저 주님의 품으로 데려가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놀라워 지금도 가끔 울컥하는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모든 일들을 이루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나도 속히 아버지께 가서 사랑하는 그분을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여 뵙게 될 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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