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을 전하러 간 교회에 평소에 빠짐이 없던 어떤 성도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이 그 성도가 교회엘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동안은 잘 했는데 어제 친구들을 만나서 일 년 반 만에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고주망태가 되어서 교회를 왔는데, 부인이 수치스러워서 데리고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성도들은 그분을 염려해서 말을 했습니다.

"몸이 아파서 얼마 전까지 병원에 입원해있어서 술을 마시면 안 될 텐데......"


성탄예배를 마치고 떡만둣국으로 식사를 하는데 식사를 거의 마쳐갈 무렵에 식당 출입문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쳐다보니 그 남자 성도님이었습니다. 아직도 술에서 깨어나지를 못해서 눈에 보이는 교인마다 오라고 손짓을 해서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목사님이 그 앞자리로 가서 한참 동안을 대화를 했습니다. 웃으면서 그 성도를 대하는 목사님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식탁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출입문 쪽으로 가야 하니 그분을 조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끄러워할 테니 일부러 피해갈까 하다가 만일 피해 가는 모습이 보이면 시험에 들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가다가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어나서 출입문 쪽으로 가면서 마음속으로는 기도했습니다.

"주님, 우리 두사람의 잠깐의 만남이 피차에 은혜가 되고 복이 되게 하옵소서"

일상의 상황이 아니므로 긴장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절한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분에게 뒤쪽에서 다가가서 몸을 툭 쳤습니다.

그러자 그는 의자에서 발딱 일어났습니다.

"아이고, 장로님 죄송합니다."

"......"

"제가 술에 취해서요"

"괜찮아요." 하고는 자리에 앉히려니까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장로님! 저요, 집에 안 갔습니다. 여기 식당에 앉아서 예배 다 드렸습니다."

"......"

"그리고 설교 다 들었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제가 죄송하지요. 이런 모습으로 와서요."

"아니요, 고맙습니다."

"......"

"첫째는요, 이렇게 술에 취해서도 교회 나와 예배를 드린 것이 고맙고요. 둘째로는요, 설교를 다 들어줘서 고마워요."

이 말을 하면서 끌어안아 주었는데 속에서 울컥하니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나 혼자만 우는 장면이 연출 될까 봐 순간 꿀꺽하고 감정을 집어삼키느라고 애를 썼다.

"......"

"......"

"이런 저를 받아 주시는 겁니까?"

"그럼요, 나 같은 죄인도 주님이 받아주셨는데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


그리고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작별인사를 하고 교회를 나왔다. 그리고 주님께 참 감사했다. 나 같은 죄인을 저 높고 높은 별을 넘어 이낮고 낮은 땅 위에, 이스라엘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이 땅,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이천 년을 포기하지 않고 나 같은 것에게까지 찾아와 주신 주님께 감사했다.


이것이 나 같은 죄인의 성탄절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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